2016.01.17 빌리 엘리어트(스포 있음) 영화

나는 열두살에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잘하지 않나요. 늦게 배워 이상하다고요? 등등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가는 가사와, 묘하게 신나는 멜로디에 맞춰 세상 행복이 깃든 얼굴로 트램폴린하는 소년의 얼굴만이 잡힌다. 그리고 나서 폴짝 뛰는 걸 멈춘 소년이 토스트기에서 식빵이 구워지는 걸 싱크대 위에 올라가 앉아 기다리거나, 삶은 계란을 계란 꽂이 접시에 담는 모습이 이어진다. 그 모습이 굉장히 예전 영화구나를 실감케 했다. 사용해본 적 없고 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물건들이지만 나홀로 집에 라던가 보고 자란건 기억에 남아 있으니.

빌리가 왜 권투를 배우는지. 할아버지가 어렴풋이 선수였던것 같지만 그게 빌리가 권투를 배우는 이유랑 연결이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 아버지와 형이 빌리는 고작 열한살(인가 열두살인가)이야! 여기서 썩게 냅둘 수 없어 라고 하는 장면에서 어렴풋이 알것 같기도 하고 음. 시대적 문화적 개인적 상황이 아주 다르다보니 공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불도저같은 연기와 전개되는 이야기는 공감대를 건드렸다.

탄광촌 파업(인데 시국이었던 만큼 집회로 부풀려 보이는 효과)으로 잔뜩 예민해진 가족들.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소년의 모습이 이토록 노골적이게 드러나는 걸 보는 것도 거의 처음인것 같다. 내가 보아온 영화에선 다 개의치 않은 척 뒤에서 눈물을 훔치고, 주변인들도 입밖으로 꺼내질 않던데. 여기선 공공연히 자주 등장한다. 빌리는 엄마 편지를 외워 덤덤히 말하고, 환영을 보며 그리워하고, 아빠에게 엄마라면 안그랬을거라고 말한다(이런 방식 익숙지 않다). 또한 딱히 계기도 없어 보이는데 춤에 매료되는 게 마음으로는 동감하지 못한다. 좋아하게 된 것 치고 오만상을 찌프리고, 연습은 고되어 보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춤을 추는데도. 그보다도 빌리는 재능이 있다는 설정이지만 애가 춤을 춰봤자 얼마나 잘 추겠게ㅋ 탭댄스는 잘 추었지만 선생의 런던유학(?) 추진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에 순순히 춤연습을 시작한 빌리의 모습도 솔직히 의아했다. 그정도였어? 라는 의문이 감정선 따라가기 실패의 시작점

그래서 어른의 영화에만 익숙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열두살 소년의 기분은 하나도 헤아려 지지 않고 그 불안함만 공감이 된다는 건.
새벽녘 집을 나가는 첫째를 말리는 아버지와 그걸 지켜보는 빌리. 아버지가 감정주체 못하고 첫째에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정말 조마조마하며 봤다. 그걸 뿌리치고 나가 경찰에 포위되는 첫째를 볼 때도. 유럽등은 시위분위기가 훨씬 폭력적이래서 더 긴장하며 보기도 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나만 몰랐던) 아무도 크게 안 다침.

부자는 닮는다고 해도 그렇지 찝찝한 표정까지 존똑. 그런데 이 껄렁하고 위협적인 겉모습 뒤로 매력적이게 귀여운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큰아들이 연장가방 챙기고 나가다 아빠한테 걸렸을때 공구통이 열리고 펜치가 나올까 내심 두려워 했으나(쏘우 포스터를 너무 많이 봤나) 생각보다 평화로운 영화였다. 수백명 경찰이 포위해서 잡혀갔길래 세상끝난줄 알았는데, 다음날 멀쩡한 얼굴로 집에온 형만 봐도. 심지어 기운이 펄펄 넘쳐 선생한테 바락바락 성낸다. 그래서 불안하고 거친 가족의 모습이 처음엔 스릴러같았다. 이들이 평범한 가족이란 느낌은 아버지가 빌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이전까진 크리스마스때 기분도 돌덩이 같은데 빙 둘러앉아 파티(잔디같은)모자를 쓰고 음식을 나눠먹는 걸 봐도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저앤(빌리)재능이 있어! 이런데서 썩힐수 없어! 가 나오기 전까진 전반적으로 무서운느낌이 나는 가족이었다. 오디션 보러가서 그저 말이 많았을 뿐인 친구를 홧김에 팬 것도 그렇고.

사실 오로지 춤만 추고 다른걸 하는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빌리를 보며 카이가 생각났다. 잘 알진 못하지만 연습생 전엔 발레만 배웠다는 얘기도 들었고, 자기 재능에 조용히 묵묵히 미친 빌리여서.
깨알같이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장면이 되게 많았는데 스틸컷엔 하나도 없다. 아쉽다. 학교에 가기위해 떠나기 전, 빌리를 끌어당겨 포옹하고 미련없이 집어던지듯 미는 모습이 진짜 귀여운데. 빌리의 가족은 사실 정상인 엄마빼고 모두 10덕이다.
이후 아버지와 형이 빌리의 공연을 보러오는데 성인 빌리 목소리, 피지컬, 백조화장, 콧대 다 쩔어서 당황스러웠다. 쉴틈없는 깜짝 반전이라게 이런 느낌.

익숙하지 않아서 더 스릴있고 달달한 영화 빌리 엘리엇이었다. 그런데 학교 면접볼때 면접관들이 윌리엄이라 부른건 뭐였을까.




+ 첫장면에서 가사보고 이 폴짝폴짝 뛰는 남자애 얘긴데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지금 생각이 드는게 태어나자마자 춤을 췄다는 건 빌리에겐 재능(타고난 내적 댄스의 흥)이 있었고, 열두살에 처음 춤을 배웠다는 건 그때 처음 교육받기 시작한걸 의미하나보다. 근데 단 한번도 천재적이었던적이 없어서 공감은 하나도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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